AI와 형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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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변호사의 역할
AI가 법률 업무를 바꾸는 시대에도, 변호사에게 남는 본질적 역할은 무엇인지 묻는 글.
AI와 형사법2026년 5월 24일약 2분, 연재: AI와 형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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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변호사의 역할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은 법률 분야에도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판례 검색, 문서 작성, 계약서 검토, 법률 리서치 등 과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업무들이 이제는 상당 부분 자동화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질문한다.
“AI가 변호사를 대신할 수 있는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질문은 아니다. 실제로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젊은 변호사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찾고, 더 많은 자료를 정리하며, 더 효율적으로 초안을 작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꾸어 보고 싶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변호사는 본래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법률가는 단순히 법 조문을 찾는 사람이 아니다. 판례를 검색하는 사람도 아니다. 법률가의 본질적 역할은 구체적인 인간의 삶 속에서 발생한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법의 언어로 해석하며,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의 방향을 찾는 데 있다.
하나의 사건에는 언제나 사람의 사정이 존재한다. 같은 조문이 적용되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당사자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 억울함과 후회, 책임과 용서, 피해와 회복의 문제는 단순한 데이터의 조합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형사법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형사재판은 단순히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절차가 아니다. 한 인간의 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사실인정의 문제뿐 아니라 책임의 의미, 형벌의 목적, 사회적 정의에 대한 고민이 함께 존재한다.
AI는 수많은 판례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판례가 왜 그렇게 판단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 판단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유능한 법률가로 평가받았다면, 앞으로는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법률 지식 자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법조인을 대체하기보다는 법조인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법을 얼마나 잘 아는가가 아니라, 법을 왜 사용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는 판례를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정의가 무엇인지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가.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법률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법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면, 법률가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잃어서는 안 된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 미래에도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여전히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설득하며, 사람을 위해 판단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