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출제위원을 하며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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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출제위원을 하며 느낀 것 (2)
좋은 시험 문제란 무엇이며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법과 인간2026년 5월 21일약 2분, 연재: 사법시험 출제위원을 하며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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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제란 무엇인가
출제위원이 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어떤 문제가 좋은 문제입니까?"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좋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남들이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 여러 쟁점이 겹쳐 있는 문제, 깊은 학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좋은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좋은 문제는 수험생을 당황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좋은 문제는 수험생의 사고를 드러내게 만드는 문제다. 시험의 목적은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준비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법학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다. 조문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적 사실을 이해하고, 쟁점을 발견하며, 논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좋은 문제는 바로 그 과정을 보여주게 만든다.
출제를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자주 묻게 된다. 이 문제는 실력 있는 사람에게 공정한가. 이 문제는 우연한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가. 이 문제는 법적 사고를 확인할 수 있는가.
반대로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는 수험생의 실력을 평가하기 어렵다. 우연히 기억한 사람이 유리할 뿐이다. 시험은 기억력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법적 사고력을 확인하는 자리다.
때로는 문제를 만들다가 과도하게 어렵게 만든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학문적으로 흥미로운 쟁점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에 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출제위원은 학자이기 이전에 평가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쟁점과 공정한 평가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출제할 때마다 수험생이 무엇을 외웠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보고 싶었다. 문제를 읽는 방식, 쟁점을 나누는 방식, 결론에 이르는 논리의 흐름. 그것들이 답안에 드러날 때 시험은 제 역할을 한다.
동료 출제위원들과 문제를 검토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 문장은 오해의 여지가 없는가", "이 사실관계는 불필요하게 복잡하지 않은가", "이 쟁점은 형사법의 본질을 묻는가" 같은 질문들이다. 작은 문장 하나가 수많은 답안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문제는 정답을 맞히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다. 그리고 좋은 법조인 역시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의 반응을 듣는 것도 출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불만 속에서도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었는지를 이해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 문제는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문제란 완벽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준비한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정함을 지키려는 마음이 출제위원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