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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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2)
사법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며 느낀 평가와 책임의 무게에 관한 기록.
법학교육2026년 5월 23일약 2분, 연재: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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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출제위원을 하며 느낀 것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사법시험 출제위원은 어떤 일을 하는가.
시험 문제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은가.
혹은 출제위원만이 아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가.
물론 출제 과정에는 일정한 보안이 필요하다. 출제 기간 동안에는 외부와의 연락도 제한되고, 정해진 장소에서 문제를 검토하며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친다. 그러나 내가 처음 출제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런 특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 가지 생각이 오래 남았다.
"이 문제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사법시험은 오랜 시간 동안 법조인을 선발하는 중요한 제도였다. 수험생들은 수년 동안 공부하며 시험을 준비했고,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출제위원은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을 마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문제란 무엇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려운 문제가 좋은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남들이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 복잡한 쟁점을 담고 있는 문제, 깊은 학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좋은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생각할수록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 어려운 문제는 실력을 평가하지 못한다. 오히려 당황한 사람을 가려낼 뿐이다. 좋은 문제는 수험생을 넘어뜨리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준비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여야 한다.
출제위원이 정말 보고 싶은 것은 조문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가 아니다. 판례 문구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기억하는가도 아니다.
법률가가 되려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문제를 어떻게 읽는가.
어떤 쟁점을 중요하게 보는가.
그리고 자신의 판단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수많은 답안지를 읽으며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과 좋은 법률가가 될 사람은 반드시 같은 사람이 아니다.
지식은 많지만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답안도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균형 있게 판단하는 답안도 있다. 답안지 몇 장만으로 한 사람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법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시험에는 한계가 있다.
정직함이나 책임감,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은 자질은 답안지로 평가하기 어렵다. 좋은 법률가에게 필요한 많은 요소는 사실 시험 밖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필요하다. 다만 시험을 만드는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제자는 평가하는 위치에 있지만, 사람의 가능성 전체를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시험은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존재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시험 문제를 만들었던 순간보다 답안지를 읽었던 순간을 더 자주 떠올린다. 그 안에는 법률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젊은 사람들의 시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며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시험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을 평가하는 일의 무게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