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연재 페이지: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6)
3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학생들에 대한 생각과 교육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록.
법학교육2026년 6월 4일약 2분, 연재: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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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
교수로 오랜 시간 살아오며 수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떤 학생은 판사가 되었고, 어떤 학생은 검사가 되었으며, 또 어떤 학생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졸업생들로부터 소식을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으십니까?"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성적이 가장 좋았던 학생이나 특별히 뛰어난 학생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우수한 학생들도 기억에 남는다. 뛰어난 이해력과 성실함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학생들을 보는 것은 교수에게도 기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표는 기억에서 조금씩 흐려진다.
반면 어떤 학생의 태도와 질문은 오래 남는다.
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좋아했다.
특히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을 기억한다.
"교수님, 법은 항상 정의로운가요?"
"정말 나쁜 사람만 범죄를 저지르는 건가요?"
"법은 사람을 바꿀 수 있습니까?"
이런 질문들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야 할 질문들이다.
어떤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연구실을 찾아와 질문을 이어가곤 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보여주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학생이 단순히 지식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기억에 남는 학생들은 실패를 경험한 학생들이다.
처음에는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학생들이 있었다.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던 학생도 있었고,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는 점이다.
인생은 시험 한 번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법조인의 길도 마찬가지다.
교수 생활을 하며 내가 배운 것 가운데 하나는 사람의 가능성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학생 시절의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미래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조용하던 학생이 훌륭한 법률가가 되기도 하고, 평범해 보이던 학생이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교육은 언제나 희망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학생의 현재를 평가할 수는 있지만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학생들 역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기억하는 학생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다.
성실하게 질문하던 학생.
실패를 견디며 다시 일어선 학생.
사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았던 학생.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간 학생들이다.
그들은 나에게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법을 가르쳤지만, 동시에 학생들을 통해 사람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기보다 오랜 세월 강의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학생들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교수로 살아온 시간 가운데 가장 감사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