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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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5)
좋은 법학도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오랜 교육 경험과 생각을 담은 기록.
법학교육2026년 6월 4일약 2분, 연재: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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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법학도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교수님, 좋은 법학도가 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합니까?"
학생들은 대개 교과서나 판례집을 떠올리며 이 질문을 한다.
어떤 교재를 읽어야 하는지, 어떤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어떤 공부 방법이 효율적인지 궁금해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문제다.
법학은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다. 방대한 조문과 판례를 이해해야 하고, 복잡한 법적 개념을 익혀야 한다. 꾸준한 노력 없이 좋은 법학도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다른 대답을 하곤 했다.
좋은 법학도는 법만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처음 이 말을 들으면 의아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인데 왜 법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하지만 법은 원래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이 왜 갈등하는지,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무엇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질문을 다룬다.
그러므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법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역사책을 읽으라고 말하곤 했다.
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회적 경험과 갈등, 실패와 반성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역사를 이해하면 법이 왜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철학도 중요하다.
법학에서 다루는 많은 문제는 결국 가치의 문제와 연결된다.
자유와 평등, 책임과 정의, 국가와 개인의 관계는 법조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철학은 그러한 질문을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좋은 소설을 읽다 보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실패하고, 누군가는 후회하고, 누군가는 용서받기를 원한다.
형법 역시 결국 그러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문학은 법학도에게 의외로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신문을 읽고 사회를 관찰하는 일도 중요하다.
법은 현실과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가 변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법은 그 문제에 답해야 한다.
현재 사회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살아 있는 법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법학 그 자체다.
조문을 읽고 판례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좋은 법학도는 법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법률가는 결국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학생들은 단순히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은 아니었다.
세상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학생.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학생.
그런 학생들이 좋은 법률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 내게 좋은 법학도가 되기 위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법을 깊이 공부하되, 법 밖의 세상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좋은 법학도는 결국 좋은 공부를 하는 사람 이전에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