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연재 페이지: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3)
35년 동안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에 대한 기록.
법학교육2026년 6월 3일약 2분, 연재: 형사법 교수로 산다는 것
제3편 / 총 6편연재 전체 보기 →
강의실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교수로 오랜 시간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형법 조문에 관한 질문도 있고, 판례에 관한 질문도 있다. 시험을 앞둔 시기에는 답안 작성 방법에 대한 질문도 많아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흔히 이런 질문을 한다.
"어떤 과목을 가장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까?"
"형법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판례는 얼마나 외워야 합니까?"
하지만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질문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법률가가 되어야 합니까?"
"좋은 변호사는 무엇이 다릅니까?"
"법조인이 되면 행복할 수 있습니까?"
결국 학생들은 법을 배우러 강의실에 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삶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 변화가 늘 인상적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법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갈등과 분쟁, 책임과 정의, 자유와 질서를 다루는 학문이다. 그러니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규정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법전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강의실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도 사실은 법에 관한 질문이라기보다 삶에 관한 질문에 가까웠다.
"교수님은 왜 형법을 연구하게 되셨습니까?"
"오랫동안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좋은 법률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대답하기 어렵다.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말하곤 했다.
좋은 법률가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라고.
이 말은 특별한 교훈을 주기 위한 말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법률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좋은 법률가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법을 공부하는 사람도 결국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책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은 법전만 읽는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실패를 경험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35년 동안 강의를 하며 수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는 판사도 있었고, 검사도 있었으며, 변호사가 된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학생들은 성적이 가장 좋았던 학생들만은 아니다.
진지하게 질문했던 학생.
자신의 생각을 고민했던 학생.
사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았던 학생.
그런 학생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돌이켜보면 강의실은 법을 가르치는 공간인 동시에 질문을 배우는 공간이기도 했다.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학생들은 그 질문을 안고 강의실에 들어왔고, 나 역시 오랫동안 그 질문을 생각하며 연구하고 강의해 왔다.
어쩌면 내가 강의실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